유한책임대출 제도 개념과 한계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1일,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내놨는데요. 그 중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기금 대출에 대해 「유한책임대출」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유한책임대출(Non-recourse Loan)"이란 집값이 하락해도 담보물(해당 주택)만 상환하면 상환의무가 종료되는 제도로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매매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입니다.

 

가령 3억 원짜리 아파트를 2억 원 대출을 받아서 구입했는데, 집값이 1억 8천만 원으로 떨어져도 살던 아파트만 상환하면 나머지 2천만 원은 갚지 않아도 되는데요. 내년 7월부터 부부합산 소득 4천만 원 이하인 가구에 대해서 우선 시범 도입한다고 합니다.

 

▼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하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

 

유한책임대출 제도, 그 한계는?

 

하지만 이 시점에 이 제도를 내놓은 이유가 뭘까요?

 

최근 저금리 기조와 함께 가계 부채가 매월 꾸준히 증가한다고 합니다. 가령  LTV·DTI 완화가 적용된 지난 8월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보다 4조 7,000억 원이나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 1~7월 평균 증가액 1조 3,000억 원의 3.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말 기준 160.7%로서 미국(115.1%)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7%, 2012년 기준)보다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지난 5년간(2008~2013년) 해마다 가계부채가 8.7%씩 늘어나 2008년 말 723조 원이던 가계부채가 2013년 말에는 1021조원으로 급증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국민소득 증가나 물가상승률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증가율이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가계 빚을 지속적으로 줄여간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물론 과거에 주택 투기 바람이 불면서 과도한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집값 하락과 함께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유한책임대출이란 제도가 이 부작용을 어느 정도 막아주리라는 사실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자칫하면 한때 사회 문제가 됐던 주택 투기바람과 주택 구매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 소지가 큰 데다가, 시중은행들도 사업성이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하니 이 제도가 초반부터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제가 은행 경영자라고 해도 위험부담이 큰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할 없으며, 만약 정부의 강요(?)에 의해 관련 상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집값 하락을 대비해서 대출 한도를 크게 줄여서 내놓을 것이기때문이죠.

 

 

요즘 정부가 내놓는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우선 눈에 보이는 경제 성장률 수치를 높이기 위해서 과도하게 주택담보대출에 올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서 온국민이 기나긴 고통을 겪었습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급증한 비정규직 노동자 수와 빈부격차 확대는 지금 현재도 우리나라 국민을 괴롭히는 심각한 갈등 요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IMF사태가 다시 오지 말란 법은 없죠. IMF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도 정부와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 경제 문제 없다"라고 외쳤던 사실을 항상 상기하면서, 성장 위주 정책보다는 균형잡힌 경제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